유튜버 이연 - 객관성과 마이웨이의 ‘밀당’

객관성과 마이웨이의 ‘밀당’
유튜버 이연
@leeyeonstein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할 수도, 예술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생활 예술인이다. 그림 유튜브를 하는 전업 유튜버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일상을 잘 살아 가는 게 더 큰 목표다. 매일 그림을 그리는 생활 예술인이면서 유튜브, 강연 등으로 돈을 벌고 있다.

다른 일을 하면서 겸업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계기가 궁금하다.

회사만 다니는 것에 안정감을 못 느꼈다. 입사하기 전에는 들어가면 다 끝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더라. 회사에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할 수 없고, 계속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안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임원들도 잘리는 걸 보면서 말이다. 불안을 해소하려고 유튜브뿐 아니라 브런치, 블로그, 원데이 클래스 등 이것저것을 했다. 그러다 유튜브가 잘된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나?

좋아한다. 일도 연애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괜찮을수록 회사도 괜찮아지고, 전에 겪은 회사에 따라 다음 회사가 달라지는 것까지 말이다. 연애할 때 단점이 없는 상대는 없지만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단점을 가진 상대를 찾아야 하는 것처럼, 일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를 경험한 뒤 기준을 세워야 한다. 싫어하는 일을 피하다 보니 유튜버를 택하게 됐다. 그래서 마음에 든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 기준에선 견딜 만한 것들이다.

어떤 단점인가?

불확실함이다. 회사도 불확실하지만, 월급은 고정돼 있다. 유튜브는 갑자기 내 채널이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리스크가 큰 만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회사에선 앞날이 잘 보이지만, 예상되는 미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디자인 팀장이 되거나, 디자인 에이전시의 대표가 되는 것 말이다.

소속이 없다는 불안감은 없나?

회사가 나를 수식하기 시작하면 내가 작아진다고 생각했고, 그게 더 불안했다. 지금은 회사가 기대하는 무언가가 될 필요가 없다. 나는 나이면 된다는 데서 오히려 큰 안정감을 느낀다.

유튜브 초기에는 그림과 관련된 영상만 만들었지만, 최근엔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그림 얘기를 할 때도 그림을 안 그리는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구독자 50만 명이라는 숫자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림 안 그리는 사람이 구독자의 대다수일 때 가능한 수치다. 나 자신이 그림만 그리는 사람이 아니기도 하다. 좋아하는 게 그림 말고도 많다. 스스로 편하고 재미있게 하려고 확장한 것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정말 다양하다. 그중에서 사람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어떻게 고르나?

필요한 이야기인지를 가장 신경 쓴다. 영상도 사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업은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이다. 멋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을 위한 옷, 불편한 점을 해소해 시간을 아껴 주는 서비스처럼 말이다. 쓸모가 있어야 사랑받는다. 쓸모가 없으려면 진짜 웃기거나, 엄청 귀여워야 한다. 쓸모를 판단하려면 대중적인 감수성도 필요하다.

대중적인 감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일이 있나?

대중으로 살되, 프로페셔널해야 하는 분야는 구분하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가는 사람이 프로라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고, 유튜브를 하는 것의 프로라고 생각하니까 내 채널에서는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나만의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림 유튜브’를 스스로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사실 한 가지로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지는 않다. 그림만 잘 그리는 유튜버가 아니라 글도 쓸 수 있고, 강연도 할 수 있고, 디자인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직업으로 치면 다섯 개쯤은 갖고 있는 것 같다. 집을 꾸미는 집사 역할도 하고, 글도 열심히 쓰고, 꾸준히 운동하는 생활 체육인이기도 하고, 유튜브도 하고, 강연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돈 들어오는 것만이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직업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타이틀이 있어야만 직업은 아닌 것 같다. 디자이너로 6년을 일했지만, 스스로 디자이너라는 말이 입에 잘 붙지는 않았다. 그냥 회사원 같았던 거다. 직업은 자신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고, 계속할 수 있는 업의 형태를 가진 행위인 것 같다. 확장해서 보면 직업이 생애의 대부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무엇을 하고 사는지가 직업인 셈이다.

‘워라밸’이라는 말로 일과 삶을 분리하는 사람도 많다.

일과 삶은 분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삶’을 쉬고, 취미를 즐기고, 돈을 쓰는 등 이상적인 시간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지만, 일하는 시간도 삶이다. 밸런스를 찾으려면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보다 어떤 일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에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너무 여유를 가지려고 하면 일이 잘 안 된다는 생각도 한다. 안타깝게도 무언가를 이루려는 사람들 중에 한가한 사람은 못 봤다.

삶의 일부로 삼을 만한 일을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인정하기까지 오래 걸렸는데, 나는 그림을 오래 그리면 피곤한 사람이더라. 진심을 다하고 노력한 것에 비해 그림이 아주 빼어나지는 않았다. 반면 말하기는 공부도 노력도 안 했는데 꽤 잘했다. 이렇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도 중요하다. 그게 더 잘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림을 잘 그리거나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림을 나만큼 그리면서 말도 나만큼 하고, 애플도 좋아하고, 영상도 만들고, 디자인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 요즘 시대가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만 하는 사람, 반 고흐 같은 사람이 잘될 시대가 아닌 거다.

지금 어떤 시장을 대상으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내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 시장이 크다고 생각한다. 자세하게는 그림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그림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세대 구분도 없다. 50대, 70대 할머니까지도 배우고 싶어 하시는 걸 봤다. 그 사람들이 주 타깃이고, 그 외에는 내가 전하는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기업과의 협업이나 광고 수주를 주 타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회사원들도 내 영상을 보고 있다고는 생각한다. 실제로 일이 들어올 때도 영상을 보고 의뢰하게 됐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좋아할 이야기를 어떻게 예측하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람들이 좋아하게끔 하는 게 더 편하다는 생각을 한다. 애플이 그런 걸 잘하지 않나. 나 자체가 안목 있는 사람이 된다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도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는 생각을 한다.

혼자 하는 일이다 보니, 잘 성장하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것 같다.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있다면.

예전에는 다른 유튜버와 비교를 많이 했는데, 스트레스도 받고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더라. 지금은 지난달의 나보다 나아졌으면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너무 객관적인 기준들을 많이 인식하면 개성도 줄어드는 것 같다. 객관성과 마이웨이의 ‘밀당’을 잘하려고 한다.

지금, 깊이 읽어야 할 것을 추천해 달라.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추천한다. 신년이어서 시기도 딱 좋다. 요즘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많다. 실천하면서 감사함도 많이 느꼈다. 내가 갖고 있는 게 많았다는 걸 알게 되니 위안이 되더라. 좋은 물건은 목적이 명확하고, 미니멀한 물건이라는 점도 느꼈다. 좋은 물건에 대한 감을 익히면 일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소희준 에디터

* 2021년 1월 21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젊은 혁신가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