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2.0》 신동형 저자 - 더 거대한 디지털 세계가 온다

더 거대한 디지털 세계가 온다
《메타버스 2.0》 신동형 저자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술적으로 정말 의미 있는 현상인가?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타버스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해외에 비해 높은 편이기는 하다. 실제로 구글 트렌드를 보면 올해 7월 국내의 ‘메타버스’ 검색량이 전 세계의 ‘metaverse’ 검색량을 추월했다. 그렇다고 실체 없는 용어인 건 아니다. 메타버스의 본질은 디지털 세계의 확장이다. 사람들이 디지털 세계에서 쓰는 시간은 점점 늘고 있다. 코로나로 현실은 위험한 곳이 됐고, 새로운 온라인 공간에 대한 욕망이 커졌다. 거기에 컴퓨팅 파워나 5G 네트워크 같은 기술적 기반도 갖춰졌다. 최근 들어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된 건 로블록스, 제페토 등 3D 아바타를 구현하는 서비스 때문이다.

3D 아바타가 메타버스의 핵심인 건가?

관심을 끄는 계기다. 2000년대 초반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처음 주목받은 것도 세컨드라이프라는 게임이 나오면서였다. 그런데 기술적인 부분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에 가상 세계는 3D보다는 2D 위주로 발전했다. 소셜 미디어가 대표적이다. 기술이 갖춰지면서 2D 프로필에서 3D 아바타로 나아가게 된 거다.

프로필과 아바타는 어떻게 다른가?

프로필은 디지털 세계의 내가 현실의 나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사용한다. 디지털 세상이 현실 세계를 보완하는 방식인 거다. 페이스북의 내가 실제의 나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학력, 이력 등을 입력하는 걸 생각하면 쉽다. 반면 아바타는 완전히 새로운 신원이다. 온전히 디지털 세상의 자아고, 그게 현실 속 나라는 걸 증명할 필요가 없다.

세컨드라이프처럼 사용자가 디지털 세계에서 아바타로 활동하는 서비스들은 전에도 여럿 있었다. 지금 메타버스의 3D 아바타는 뭐가 다른가? 

기술적으로 훨씬 자연스럽다. 세컨드라이프 2007년 버전을 보면 느껴질 거다. ‘사이버 가수 아담’에 가까운 그래픽이다. 이전 아바타들이 만화 캐릭터 같은 느낌이라면, 제페토 속 아바타는 훨씬 자연스럽다.

진짜 사람 같은 게 중요한 건가?

사람이 편안해하는 게 핵심이다. 내가 나처럼 느낄 수 있고, 더 익숙한 아바타가 가능해진 거다.

메타버스에 관한 설명을 찾아보면 라이프로깅, 미러 월드, 증강 현실, 가상 현실 네 가지로 분류하곤 한다. 네 가지가 모두 다른 영역으로 느껴지는데, 메타버스라는 용어로 묶이는 이유는 뭔가? 

메타버스는 결국 디지털 세계의 확장이라서다. 그렇게 다른 네 영역의 변화를 통합해서 지칭하는 말이 메타버스다. 그리고 사실 그 분류는 2006년 연구에서 나온 거다. 2000년대 초반에 주로 어떤 온라인 서비스를 썼나?

버디버디나 싸이월드를 썼던 것 같다.

맞다. 버디버디, 싸이월드를 쓸 당시엔 디지털 세계 자체가 새로운 개념이고, 일상과도 분리된 공간이었다. 그래서 ‘라이프로깅’ 식으로 어렵게 정의한 거다.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보다 카카오톡 등 온라인에서 대화하는 시간이 훨씬 길 거다. 지금 상황에서 메타버스를 분류하는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메타버스 2.0’인 셈이다.

현재 상황에서 재해석하면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아바타를 중심으로 한 소셜 미디어와 게임, 비교적 새로운 개념인 디지털 현실(XR), B2B 영역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트윈이다. 세 가지가 앤드(and) 조건이 아니라 오어(or) 조건이다. 아바타, XR, 디지털 트윈 하나에만 해당해도 메타버스다.

그중에선 XR이 가장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다. 어떤 변화를 예상하나? 

XR은 극도로 실감 나는 콘텐츠다. 머리에 디스플레이나 안경형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체험하는 360도, 3차원 콘텐츠를 떠올리면 된다. XR 기기는 다음 세대의 스마트폰이 될 것이다. XR이 가장 현실에 가까운 감각을 주는 미디어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사람들한테 더 편하고 자연스러운 감각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가령 텍스트는 글을 읽고 쓸 줄 알아야 한다. 이미지와 오디오는 그것보다 직관적이다. 그다음 단계인 비디오가 지금 스마트폰으로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미디어다. 그런데 여전히 한계가 있다. 화면 너머의 디지털 공간에 내가 포함되지는 않는다는 거다. XR에선 내가 콘텐츠 속으로 들어온다. 현실 세상에서 느끼는 분위기까지 콘텐츠가 재현할 수 있다. 그게 훨씬 편하고 친숙한 소통 방식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땐 손으로 기기를 들어야 하는데, XR은 안경 형태라 그럴 필요도 없다.

정말 XR 기기를 스마트폰만큼 매일매일 오래 사용할 수 있을까? VR 체험을 해봤는데, 종일 착용하긴 어려울 것 같다. 

나도 지금 XR 기기를 10분 정도 쓰면 눈이 시리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지금 초등학생, 중학생들은 스마트폰 없이 못 사는데 노인 분들은 어색해하시지 않나. 새로운 세대는 훨씬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가까운 윗세대들도 곧 적응할 거라고 본다. 기술적으로도 덜 불편해질 거다. VR 기기의 가장 큰 문제점이 어지러움인데, 이건 눈에 보이는 것과 뇌의 감각이 안 맞아서다. 고개를 빠르게 돌려도 빠르게 데이터를 출력해 줄 수 있는 기술이나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바타는 현실의 나를 대신하고, XR은 현실의 놀이를 대신한다고 볼 수 있겠다. 디지털 트윈이 주로 B2B 영역에서 쓰인다는 건 일을 대신한다는 의미로 보면 되나.

그렇다. 메타버스 1.0 분류에서 ‘미러 월드’는 구글 어스처럼 현실을 그대로 복제한 것을 의미했다. 메타버스 2.0에선 현실 재현을 넘어 그걸 어떻게 활용할지에 집중해야 한다. 디지털 트윈은 결국 일을 자동화하는 방향이다. 디지털 세계에 현실 속 사물을 복제한 뒤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모의 실험해 보고, 그걸 적용해 기계를 최적화해 운용하는 거다. 블루칼라의 일은 물론 화이트칼라의 일, 가정에서의 일까지 대신할 수 있다.

결국 메타버스는 디지털 세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확장되는 흐름으로 보인다. 이 트렌드는 지속 가능할까?

지속 가능하다. 그런데 표현하는 말은 바뀔 거다. 재미있는 게, 지금 IoT라는 말을 많이 쓰지 않나. 전에는 사물인터넷보다 USN(Ubiquitous Sensor Network)라는 용어가 더 자주 쓰였다. 이것도 모든 사물에 컴퓨팅 기능과 통신 기능을 부여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관리하는 걸 의미하는 말이다. 시대와 산업 현황에 따라 어젠다는 계속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다. 용어는 달라질 수 있지만, 우리가 디지털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진다는 건 확실하다.

소희준 에디터

* 2021년 8월 17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