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화지 – See you in the Meta-Metaverse

See you in the Meta-Metaverse
화지
@hwajilla


화지를 래퍼로만 소개할 순 없을 것 같다. 화지는 누구인가.

래퍼이기 이전에 한 명의 창작자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따라 최적화된 수단을 고르는데 그게 랩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머릿속 깊숙한 곳의 생각을 상대방의 눈을 통해 마음속 깊은 곳까지 밀어 넣을 수 있는 가장 뾰족한 틀을 찾으려고 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걸맞은 매개를 찾는다는 말인가.

그렇다. 랩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노래라면 예를 들어 어떤 코드가 주는 감정의 좌표 같은 것들이 있다. 그림, 그러니까 비주얼 영역의 아트 폼이 가지는 또 다른 형태의 전달력이 있다. 표현의 수단을 가리지 않으려고 늘 낙서를 하고 뭔가 개발을 하려고 한다.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 공연을 열었다. 지금 그 가상 공간에 들어와 있는데 어떻게 즐기는 공연인가.

들어갈 때 주소 하나 치고 들어갔을 것이다. 컴퓨터든 핸드폰이든 상관없이 된다. 크립토복셀이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인데 굉장히 접근성이 좋아서 선택했다. 이곳은 하나로 연결된 메타버스 세상이고 꼭 공연 정보를 보고 온 사람이 아니라도 지나가다가 “여기 공연하네?”하고 놀러 올 수 있다. 물리적인 거리와 공간이 구현된 세상이라고 보면 된다. 아티스트들도 자기 얼굴 모양으로 디자인한 가상의 캐릭터로 공연한다. 그 안에서 자신의 아바타로 돌아다니며 모션도 하고 이모티콘도 날리며 즐기는 것이다.

©임성수

비대면 공연은 많다. 그런 것과 어떤 점이 다른가.

공연진도 코로나19 상황에 돌입하며 다양한 비대면 공연을 경험했다. 아티스트 입장에서 먼저 설명하자면, 비대면 공연은 채팅이라는 벽을 사이에 두고 소통이 단절된 상태로 하는 공연 같은 느낌이었다.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채팅이 올라오기 때문에. 솔직히 무대에서 공연하면서 다 못 읽는다. ‘뭔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반응을 하고 있구나’를 파악하는 수준이다. 현장감이나 열기는 잘 전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관객의 입장에선 어떤가.

집에서 보고 계신 분들도 마찬가지다. 공연을 보러 가는 절반 정도의 이유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본다는 것이겠지만, 나머지 절반은 에너지를 느끼기 위함이다. 나와 같은 음악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싶어서. 비대면 공연은 그 에너지의 교류가 결여된 공연이지 않나. 내가 쓰는 채팅이 읽힐지도 모르고 오히려 방에 더 외롭게 고립되게 만드는 형태다. 

물론 진짜 실제 라이브 공연의 에너지나 현장감은 어떤 형태로도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메타버스 공연은 라이브처럼 서로의 존재가 아바타 형태로 보인다. 오히려 관객분들이 라이브 공연에선 얻을 수 없는 재미도 여기서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셨던 것 같다. 공중에 떠서 공연을 본다든지, 이제껏 상상할 수 없는 무대에 대한 가능성이라든지. 라이브 공연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들 말이다.
©임성수

3000명이 왔다고 들었다. 엄청난 숫자인데 문제는 없었나.

공연 중에 흔히 쓰는 ‘Put your hands up’ 대신 이모티콘을 띄워달라고 소리쳤다. 그럼 관객분들이 불 모양 이모지를 띄워주시는데 완전히 불바다가 된다. 그러다가 크립토복셀이 터졌다.(웃음) 그쪽 세상에서는 꽤 이례적인 일이라 그런지 플랫폼 CEO한테서 연락이 왔다. 고맙게도 흥미롭게 봤다면서 이번 일을 데이터 삼아 다음에는 원활하게 호스트 할 수 있게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인원이 많다 보니 관객분들이 사람에 가려 NFT 전시 작품을 잘 못 봤을 것이다. 그래도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건물 안에 복셀(3D 픽셀) 아트 작품이 많았다. 직접 디자인했나? 

일부는 직접 했고 그 중엔 실제 NFT로 파는 것도 있다. 웨어러블이라고 해서 가상의 옷이나 신발도 놓여있는데 다 가상화폐로 살 수 있다. 건물 1층에 있는 것들은 주변 아티스트로부터 받거나 구매한 작품들이다. 우리 건물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작품만 걸어놨다. 중앙 벽에는 지난번에 ‘한대음상’(한국대중음악상) 트로피를 녹여서 NFT화한 프로젝트가 걸려 있고, 그 아래는 트로피의 메타버스 버전으로 3D화 한 것이 놓여있다. 이런 전시와 공연이 끊임없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구매한 땅이다.
©VMC(Vismajor Company)
건물 이름이기도 한데 화지가 속한 Futurist Social Club(FSC)은 어떤 팀인가.

팀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커뮤니티고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이 새로운 세상에서는 아티스트의 커리어가 굉장히 다른 형태로도 많이 생기게 될 거라 예상해서 만들게 되었다. 기존에 중앙화되어 있던 시스템 속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택해야 했던 길도 있었지만 여기선 힘의 균형이 좀 더 올바른 방식으로 재분배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선 아티스트들이 할 수 있는 게 많다.

메타버스 안에서 완전히 다른 제작 및 유통 구조를 그리고 있는 것 같다.

현재의 비전은 이렇다. 지금까지는 아티스트가 자기 머릿속에 있는 것을 만들어서 팬들한테 내리면 팬이 그걸 섭취하고 끝나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아티스트와 그 팬들, 컬렉터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서 기획단부터 밀접하게 조율하여 만들고 그것을 세상으로 올린다. 그것의 흥망성쇠에 따라 그 주변에 형성된 커뮤니티 전원이 금전적으로든 어떤 사회적 지위로든 굉장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모두와 보상의 열매를 나눠 가질 수 있는 구조다. 그런 DAO형태의 아티스트 커리어가 많아질 거라고 예상한다.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는 NFT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DAO가 화제인 것 같다. DAO는 뭔가.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는 탈중앙화된 자율 조직을 뜻한다. 아까 설명한 구조와 같이 작동한다. 너무 유토피아적인 발상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이 토큰화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엔 사람 간의 신뢰 관계로서 해결해야 했던 거버넌스가 이젠 명확히 스마트 컨트랙트[1]나 토큰 홀더 형식[2]과 같은 기술로 보완이 된다. 아티스트로서 실험적인 행보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모델이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화지라는 브랜드 역시 우리 공동체의 뜻을 담는 그릇과 같이 사용할 것이다.

단순히 경쟁의 장을 옮긴 것 같기도 하다. 해외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나.

해외 쪽에서는 이미 이런 모델로 굉장히 성공적인 사례도 있고 거기에 소속되어 있는 아티스트들은 아까 말한 것과 같이 개별 아티스트가 아닌 공동체의 가치관을 담은 그릇처럼 되어 있다. 그들을 모아놓은 펀드가 운용되는 방식은 공동체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물론 여기서도 똑같이 경쟁이 있지만 적어도 기존에 미들맨에게 힘의 균형이 쏠린 상태보다 건전하다.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일조하고 싶고, 여기 활동하는 이 미친 사람들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다. 

DAO가 작동하지 않는 플랫폼도 있다. 이미 거대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메타버스도 있지 않나.

그렇다. 현재 한국에서 기존의 미들맨 역할을 했던 거대 기업들이 이미 들어와서 이상한 조항들을 내밀며 메타버스나 NFT 모델로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그들이 플랫폼을 구축하고 말도 안 되는 요율을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제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가지 희망적인 것은 적어도 여기 계신 작가님들은 알고 있다는 거다. 굳이 그들의 플랫폼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미 크립토복셀과 같은 아티스트 친화적인 플랫폼이 흥행하고 있고, 아티스트들로 인해 그런 움직임이 시작되어야 플랫폼들도 우리 움직임에 발을 맞출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아티스트의 권익이 당연한 어떤 지점에 머무르게 될 것 같다.

기업 주도로 만드는 문화가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문화에 기업이 적응할 수밖에 없게끔.

그렇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이 뭔가를 만들었다고 하면 워낙 접근도 쉬우니 고객 유치를 잘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메타버스에서 어떻게 노는 것이냐라는 그 스탠다드는 우리에게 있다. 게이밍 컬쳐가 그렇게 커왔다. 다른 아트 폼에 비해서 게이머들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 롤이나 피파와 같이 대중적인 경쟁 게임뿐 아니라 마인크래프트처럼 소우주를 만들어내는 게임의 작품 설계 단계에서도 그렇다. 그 안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거기서 활동하는 유저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메타버스 문화를 미리 많이 만들어 놓을수록 사람들이든 자본이든 그 주변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놀아본 사람이 놀 수 있다.

최근 북저널리즘에서 스우파와 쇼미더머니의 사례를 들어 서브컬쳐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다뤘다. 이미 만들어진 문화도 자본의 폐해를 입기도 한다.

사실 그러한 일들은 항상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와 예술의 공생 그리고 대립은 인류 역사상 계속돼왔던 것 같다. 결과적으론 여기도 기존 세상보다 단계가 많은 자본주의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자본이 들어오는 것에도 득과 실은 있다. 하지만 대중화가 된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그 과정에서 건강하게 밟아야 하는 단계들이 있다. 그 단계가 일부 거세된 상태로 거대 자본이 들어와서 매스 어댑션(mass adoption, 대중적 수용)이 시작되면 문제가 된다. 쇼미더머니나 음악 업계에서 전반적으로 보였던 형국이다.

대책이 있을까. 서브컬쳐에게 탈중앙화는 매력적이지만 판이 커지지 않으면 흡수될 수 있다.

거대 자본을 막는다는 생각보다, 어쩔 수 없이 자본력 있는 탱크들이 밀고 들어올 때 우리가 길을 잘 터놓으면 우리 건물을 부수면서 들어오진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우리가 얘기하는 탈중앙화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일반 이용자나 지분 보유자가 늘어나야 하는 게 현실이다. 거기서부터 일종의 민주화가 시작된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고래급 유저들이 더 나와주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기업 주도의 메타버스가 아닌 우리가 만든 곳에서 발생한 문화를 지지하고 성장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유저에게도, 아티스트에게도 필요하다. 심지어 여기도 중앙화가 있다. 1인 개발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지만 이 사람들을 기점으로 기업화가 될 시점인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어려움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힘을 키워 놓으려고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늘 씬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것 같다.

이타적인 생각이 아니다. 누군가는 해야만 하고 이 생태계가 건강하게 형성이 되어야 나도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이 단합해서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다.
FSC 건물 1층에 전시된 웨어러블
화지가 말하는 메타버스는 주류 담론과 차이가 있다. 화지에게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현실의 확장이어야 한다. 지금도 내가 땅을 사놓은 플랫폼들의 특징은 탈중앙화된 오너십을 갖고 있다. 플랫폼 팀이 사라져도 땅 주인이 나라는 건 변함이 없다. 그런 플랫폼이냐를 먼저 보는 것 같다. 그 플랫폼들 안에서도 유저들의 경제가 만들어지고 있다. 중앙화된 어떤 기관의 게임 머니를 사는 것이 아닌 내가 보유한 가상 화폐로 자유 거래가 일어난다. 이런 참 경쟁이 만드는 경제가 곧 그 거버넌스에 일조하는 것이고 이런 형태의 메타버스가 100퍼센트 메타버스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가상 갤러리 안에서 월급처럼 돈을 받으며 상주해서 도슨트하는 직업도 생겨나고 있고, 돈 받고 남의 건물을 지어주는 메타버스 건축가도 생기고 있다. 현실이 이로 인해서 얼마나 연장이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나 역시 현실에서만 할 수 있는 경제 활동 이상으로 이 안에서 경제 창출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이제 NFT이기 때문에 팔리는 시절은 끝난 지 오래됐다. NFT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표현의 한계를 쫓는 것이 창작자로서, 기획자로서의 궁극적 목표이다. 이미 이것을 잘 적용하는 작가들이 더 흥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으로는 웨어러블 사업이 있겠고,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그들의 상품을 웨어러블화하고 NFT화 하는 프로젝트도 하고 있다. 공연에 기업 스폰서를 통한 수익 모델도 만들고자 한다. 그 외에도 맡은 프로젝트가 너무 많아서 잠을 못 잔다.

메타버스에서의 행보를 기대하겠다. 종종 들어가겠다.

사놓은 땅이 자리가 좋다. 바로 옆집은 NFT 아시아라고 영향력 있는 아시아권 컬렉티브가 들어와 있다. 이 안에서 제임스 프랭코 사단 독립 영화 감독 같은 사람도 만나게 되고 재미있는 일이 많다. 인간이 그리던 공상과학 같은 미래가 온다고 생각하니 원시적인 초석이라도 반갑다. 재미있는 것을 많이 기획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

이현구 에디터

* 2021년 11월 2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1]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는 계약 당사자가 사전에 협의한 내용을 미리 프로그래밍하여 전자 계약서 문서 안에 넣어두고, 이 계약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 내용이 실행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해시넷 위키
[2]
암호 화폐의 지분 보유자를 의미한다. 토큰의 인지도와 소유 인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고 배분 받을 수 있는 수익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