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나 MCM, 소니와 같이 축구와 별로 관련 없어 보이는 분야와도 협업했다.
모든 문화에 축구를 살짝 묻히는 작업을 하는 거다. 축구와 관계없는 브랜드와 협업을 해도 무조건 축구 유니폼과 거기서 따온 모티프는 넣는다. 나아가 앞으로 구단들과의 협업에도 대중적이고 트렌디한 브랜드를 갖다 붙일 거다. 기존 팬들 중에서도 트렌디한 것에 대한 갈증이 있는 팬들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그 브랜드의 팬들이 콜라보를 했다는 이유로 축구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게 된다. 우리의 역할은 그걸 연결하는 거다.
부침도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상황이 어려워진 것도 그렇지만, 2020년에 백화점에 입점했다가 철수를 했다.
백화점이란 공간에서 우리 문화를 보여주는 게 상징적일 거라는 생각에 입점을 결정했다. 백화점은 기성의 공간이다. 게다가 1층이었다. 백화점 자체가 따분하지만 1층은 더욱 고리타분한 공간인데, 거기에 우리가 있다는 것 자체로 시장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 그런데 역시나 우리의 스타일에는 맞지 않았다. 우리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백화점은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사람들을 모으고 파티를 하고 싶어도 폐점 시간이 정해져 있고, 안전 관리 규정이 있고, 서류 결재를 받아야 했다. 문화를 만들려고 우리를 데려와 놓고 그걸 못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어 철수했다.
작년에는 야구로도 발을 넓혔다. 한국에서는 프로 야구 팬이 프로 축구 팬보다 훨씬 많다. 해보고 싶은 게 있나?
개인적으로, 시장은 KBO가 더 크지만 콘텐츠나 디자인에 관해서는 K리그보다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주얼이나 상품의 퀄리티 면에서 아쉽다. 팬층이 워낙 두터우니 디자인에 투자할 필요를 못 느꼈던 게 아닐까 싶다. 반면 K리그는 팬층이 얕으니 오히려 이런저런 시도를 했던 것 같고. 시장의 크기에 비해서 아직은 보수적인 KBO의 비주얼을 바꿔보고 싶다. K리그가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더 멋있고 좋은 것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오버더피치가 스포츠 산업 자체의 파이를 키운다고 볼 수 있을까?
우리가 추구하는 게 온전히 그거다. 마니악하게만 유지되면 시장이 커지지 않는다. 누구나 좋아하고 누구나 관심을 두어야만 시장도 발전하고 좋은 선수도 영입하고 팀도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마니아가 아니어도 된다. 패션으로 사도 되고, 한 벌 있는 사람이 우리를 통해서 두 번째로 유니폼을 살 수도 있는 거다. 그렇게 문턱을 낮추고 싶다.
스트리트 편집숍 ‘카시나’로부터 36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더 많아졌을 것 같다.
이미 하고 있는 일이 많아서 그걸 고도화시키고 완성도 있게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 좋은 팀을 꾸리는 것에 대한 열망이 있어서 팀 세팅을 열심히 하고 있다. 축구랑 똑같다. 좋은 선수 데려오면 골을 많이 넣을 것 아닌가. 최전성기에 있는, 이름 있는 선수를 써보고 싶은 거다. 여기에 더해서, 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스럽게 운영하고 싶다. 최근에 선수 에이전트 사업도 시작했다. 우리랑 맞을 것 같은 선수, 그게 플레이 퍼포먼스든 개인적인 이미지든 맞는 선수들과 함께 개인 브랜딩도 시작할 예정이다. 그냥 선수가 아니라, 팬들에게 더 어필이 되는 선수로 만들어보고 싶다. 그게 결국 오버더피치라는 브랜드의 매거진, 스토어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팬들에게 바라는 점도 있나?
팬들이 스포츠를 사랑하는 만큼 쏟고, 허비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생각하는 스포츠는 싸면 안 된다. 현재 축구 산업은 전반적으로 티켓값도 싸고 상품값도 싸다. 디자인 비용도 다른 영역에 비해 낮다. 전반적인 시장가가 올라가야 더 좋은 외부 인력도 K리그에 일하러 들어오고, 모르는 팬들도 좋은 제품과 콘텐츠를 소비하러 온다. 나는 나 혼자서만 축구를 좋아하고 싶지 않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글
백승민 에디터
* 2023년 5월 2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