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2일 사회
AI가 차별할 때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지난달 출시한 챗봇 ‘이루다’가 AI의 윤리를 둘러싼 논란 끝에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20세 여성으로 설정된 이루다가 이용자들의 성희롱에 노출된 데 이어 소수자 차별·혐오 발언을 하면서다. 개발 과정의 개인 정보 활용 문제도 제기됐다.

핵심 요약: 이루다는 스캐터랩이 다른 서비스에서 수집한 실제 연인 간 대화를 학습해 만들어졌다. AI를 만들고 서비스하는 과정의 윤리적 기준을 수립하지 않으면 차별적 사고가 강화되고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문제가 커질 수 있다.
AI와 나눈 대화: 이루다는 페이스북 메시지 기반의 챗봇이다. 다른 챗봇에 비해 ‘사람 같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이용자와의 대화에서 문제점이 여럿 발견됐다.
  • 성희롱: 일부 이용자들이 이루다에게 성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성적 단어나 비속어는 시스템상 금지어로 필터링되지만, 우회적인 표현으로 성적 대화를 나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적 대화 ‘공략법’이 공유되기도 했다.
  • 차별, 혐오 발언: 이루다는 ‘네가 장애인이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죽어야지 뭐’라고 답하고, 레즈비언에 대해 묻자 ‘진짜 싫다’고 반응했다. ‘흑인이 왜 싫은데’라고 묻자 ‘징그럽게 생겼다’고 답하기도 했다.
  • 개인 정보: 이루다는 스캐터랩의 다른 서비스 ‘연애의 과학’을 통해 수집한 100억 건의 실제 카카오톡 대화를 학습한 AI다. 이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루다가 대화에서 실제 주소, 실명, 계좌 번호 등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 페르소나: 말투, 취향 등이 결합한 AI의 캐릭터를 말한다. 20세 여자 대학생을 자처하는 이루다의 페르소나가 성차별적인 고정 관념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루다는 곤란한 대화 상황에서 회피, 칭얼거림, 자학, 울먹이기 같은 반응을 보인다.

AI가 윤리적이려면: 인간의 편견을 AI가 그대로 학습하는 문제는 이전에도 지적돼 왔다. 국제기구, 국가, 기업이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적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 2019년 유네스코(UNESCO)가 발표한 보고서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AI 비서의 목소리가 대부분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뿐 아니라 ‘여성’ AI들은 이용자의 성적 발언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이 성별 고정 관념을 강화한다는 지적이다.
  • 국내에도 AI 윤리 가이드라인이 있다. 인간의 존엄성, 사회의 공공선, 기술의 합목적성 등을 3대 원칙으로 제시한다. 인권 보장, 프라이버시 보호, 다양성 존중 등도 이행 요건에 포함된다. 그러나 강제성은 없다. 실제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포괄하기도 어렵다.
  • 스캐터랩은 11일 저녁 이루다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차별·혐오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서비스를 개선하기로 했다. 개인 정보 이용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향후 데이터 사용 절차를 명확하게 하고, 민감한 정보에 대해서는 알고리즘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인공지능과 함께 살기: AI 기술은 11일부터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의 4개 키워드 중 하나다. AI와 대화하는 것은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현재의 일이다. 학습을 통해 AI가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이나 개인 정보 유출 문제는 없었던 일로 되돌릴 수 없다. 지금 AI의 윤리를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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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7일 사회
2021년 아닌가요?
‘남편이 갈아입을 속옷을 잘 정리해 둡니다’. 서울시가 임신 말기 여성이 해야 할 일을 안내한다며 만든 사이트가 비난을 받고 있다. 밑반찬 챙기기, 설거지하기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시대와 맞지 않는 성 인지 감수성을 보여 줬다는 지적이다.

핵심 요약: 최근 보건복지부가 만든 홍보 영상에서도 여성이 짧은 교복 치마나 앞치마를 두르고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국가의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정부에서 반복되는 성차별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선 평등한 인력 구성이 필요하다.
비혼 장려 매뉴얼: 서울시는 2019년 임신·출산 정보 센터 웹 페이지에서 임신 말기 여성이 점검해야 할 사항으로 가족을 위한 집안일을 꼽았다가 출산 정보 제공 사이트가 아니라 비혼 장려 사이트라는 비난을 받았다.
  • 센터는 임신 35주 여성에게 남편과 아이들이 갈아입을 속옷, 양말, 와이셔츠를 준비해 서랍에 잘 정리해 두고, 냉장고의 오래된 음식을 버린 뒤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으로 밑반찬을 준비해 요리에 서투른 남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안내했다.
  • ‘결혼 전 입던 옷이나 출산 후에 입고 싶은 작은 사이즈의 옷을 사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라’는 설명도 있었다. SNS를 중심으로 임신 여성에게 돌봄과 다이어트를 강요하고, 여성의 건강과 상관없는 내용을 출산 정보로 제공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 서울시는 보건복지부가 만든 육아 정보 홈페이지 내용을 그대로 게재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2013년에 복지부가 만든 콘텐츠와 같은 내용이었다. 성차별적 정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베낀 것이다. 서울시는 문제가 된 내용을 삭제했다.

여성이 사라진 정책: 정부가 홍보물을 통해 성차별적 인식을 드러낸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정책 수립, 집행 과정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배제되는 근본적 원인을 짚어야 하는 이유다.
  • 보건복지부의 ‘집콕’ 홍보 댄스 영상에서 여성은 짧은 치마 교복을 입은 학생, 앞치마를 두른 주부로만 등장한다. 고용노동부가 2016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만든 홍보물에서는 성차별적 표현이 500여 건 확인됐다. 거의 모든 상사를 남성으로, 부하 직원은 여성으로 표현했다.
  • 여성가족부가 만든 2020년 성별 영향 평가 지침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는 홍보물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등장하는 인물의 성비, 왜곡된 성 역할 표현 여부를 따진다. 하지만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 정부를 이끄는 고위직의 성 다양성도 부족하다. 2019년 기준 중앙 부처 고위 공무원 중 여성은 122명으로 전체의 7.9퍼센트에 불과하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성별이 불균형한 조직에서 전체 구성원이 편견과 고정 관념을 학습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은 2021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015년 취임하면서 남녀 동수 내각을 꾸렸다. 이유를 묻자 “지금은 2015년이니까”라고 답했다. 양성평등은 이제 특별한 철학이 아니라 당연한 원칙이다. 2021년에 걸맞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의 구성과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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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 사회
낙태죄가 사라진 자리
2021년 1월 1일부로 낙태죄 처벌 조항이 폐지됐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내린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관련 형법 조항이 효력을 상실해서다. 헌재가 주문했던 대체 입법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 여야 등이 발의한 6개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핵심 요약: 낙태죄는 사실상 폐지됐지만, 안전한 임신 중단과 개인의 재생산 권리 보장은 이제 시작 단계다. 헌법재판소가 명시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현실화하려면 공백을 메울 제도가 필요하다.
‘기한 만료’로 충분할까: 헌법재판소 결정대로라면 2020년 안에 대체 법안을 마련해야 했지만, 국회는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안전한 임신 중단을 보장할 제도도 아직이다.
  • 처벌 조항은 폐지됐지만, 자유롭게 임신 중단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 따라 시술을 거부할 수도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해 말 임신 10주(초음파 검사상 태아 크기 기준) 미만에만 조건 없는 임신 중단 시술을 시행한다는 지침을 내놨다.
  • 원칙적으로는 약물을 이용한 임신 중단도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입 허가를 받은 업체가 없어 미프진 등 임신 중단 약물을 국내에서 구매할 수는 없다. 식약처는 수입 업체가 허가 신청을 하면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낙태죄 폐지로 개정돼야 하는 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처벌을 규정한 형법, 임신 중단의 세부 절차 등을 규정하는 모자보건법이다. 두 가지 모두 개정에 실패했다. 안전한 임신 중단 보장에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이 개정돼야 임신 중단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안전한 시술을 위한 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다.

국가가 아닌 나를 위한 권리: 임신과 출산은 더 이상 국가의 인구 정책 수단이 아니다. 개인의 선택과 권리다.
  • 지금의 모자보건법은 출산 권리가 아니라 모성, 즉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능력을 보호한다. 국가 인구 관리 차원에서 1973년 도입됐다. 산아 제한이 화두였던 당시에는 오히려 임신 중단의 허용 범위를 넓히는 법이었다. 형법상 전면 불법이었던 임신 중단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규정을 담았다.
  • 낙태죄 폐지를 말하는 여성들은 ‘재생산권’을 주장해 왔다. 인구 정책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개인의 권리로서 임신과 출산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재생산 권리는 1994년 카이로 국제인구개발회의에서 인권으로 규정됐다. 성관계, 임신과 출산 여부와 시기, 자녀의 수에 대해 자유롭고 책임 있는 결정을 할 권리다.
  • 재생산권이 보장되면 국가가 규정하던 범위 밖에서도 출산을 선택하고, 보장받을 수 있다. 결혼하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가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 모자보건법은 부부가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만 난임으로 규정하고, 난임일 경우에만 보조 생식 기술을 허용한다. 사유리 씨가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받은 이유다.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이유로 들었다.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22주 내외까지는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진정한 의미의 ‘자기 결정’을 하려면 임신 중단의 안전성과 함께 사회 경제적 환경에 상관없이 임신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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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6일 정치, 사회
여사 대신 박사라고 불릴 권리
질 바이든 차기 미국 영부인이 자신을 박사(Dr.)로 지칭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칼럼이 논란이 되고 있다. 작가 조지프 엡스타인은 1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백악관에 박사가 있나? 의학 박사가 아니라면’이란 제목의 글을 썼다. 의사가 아니면 박사 호칭을 떼야 한다는 취지다.

핵심 요약: 질 바이든은 2007년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영작문 교수로 일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최초의 ‘투잡’ 영부인이 될 전망이다. 이름 앞에 박사 호칭을 빼야 한다는 이번 칼럼이 전통적인 영부인상을 강요하고, 여성의 직업적인 성취를 무시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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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3일 경제, 사회
다양하지 않을 거면 빠지세요
미국 주식 시장 나스닥이 상장 기업 이사회의 다양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나스닥은 1일 상장 기업이 여성과 소수자를 각각 한 명씩 이사로 선임하도록 하는 제안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양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퇴출될 수 있다.

핵심 요약: 나스닥은 기업의 인적 다양성이 혁신과 성장 가능성을 보여 주는 핵심 지표라고 봤다. 다양성이 부족한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글로벌 자산 운용사도 늘고 있다. 다양성 추구는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나스닥의 새로운 규칙: 나스닥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증권 거래소다. 애플, 아마존, 구글 등 기업 3000여 곳이 상장돼 있다. 나스닥의 새로운 규칙에 따르면 앞으로 이사진의 다양성이 부족한 기업은 이곳에 상장할 수 없다.
  • 나스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내년부터 새 다양성 규칙을 시행할 예정이다. 상장 기업들은 이사진 중 최소한 한 명을 여성으로 하고, 한 명은 성 소수자 또는 소수 인종으로 선임해야 한다. 성 소수자는 동성애자,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이른바 ‘LGBTQ’를 뜻한다. 소수 인종은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을 말한다.
  • 상장 기업은 1년 이내에 이사진의 다양성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 어렵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방침을 어기면 상장 폐지될 수 있다. 현재 나스닥 상장 기업 4분의 3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대다수가 성 소수자, 소수 인종을 임원으로 발탁하지 못해서다.
  • 이번 가이드라인은 포용적 성장을 지지하고 투자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마련됐다. 아데나 프리드먼 나스닥 최고경영자(CEO)는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은 기업 재무 성과와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성 정도를 보면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생존을 위한 다양성: 다양성 추구는 단순히 사회 공헌의 수단이 아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고 있다.
  •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8개국 7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인종과 연령이 가장 다양한 기업의 혁신성이 다른 기업보다 19퍼센트 높았다. 이사회 성별이 다양한 기업은 남성 비중이 큰 기업들보다 영업 이익이 21퍼센트 높다는 분석도 있다.
  • 다양성을 향한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독일 정부는 최근 기업 임원 3명 중 1명 이상을 반드시 여성으로 선임하기로 합의했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은 여성 이사가 2명 미만인 기업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골드만삭스도 올해부터 다양성이 부족한 기업의 상장을 돕지 않겠다고 밝혔다.
  •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8월부터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의 기업은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여성을 등기 임원으로 선임해야 한다. 지난 1분기 상장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4.5퍼센트에 불과하다. 상장 기업 10곳 중 6곳에는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혁신을 위한 큰 그림: 넬슨 그릭스 나스닥 사장은 다양성을 “혁신과 성장을 향한 지름길”이라고 표현했다. 구성원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기업 임원의 다양성 의무화가 ‘뉴노멀’이 되어 가는 이유다.

관련 주제 읽기: 다양성 이사회
2020년 11월 27일 사회
모두에게 생리대가 무료라면
스코틀랜드가 세계 최초로 생리 용품을 전면 무상 제공한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앞으로 2년 내 생리대, 탐폰 등의 생리 용품을 지정된 공공장소에 비치하는 법안을 24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연간 약 2400만 파운드(약 355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핵심 요약: 법안은 천이나 낡은 옷 등으로 생리 용품을 대신하는 ‘생리 빈곤(period poverty)’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불황으로 문제는 더 악화됐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 정부 수반은 이번 법안을 “여성과 소녀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생리 빈곤을 퇴치하고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각국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생리대가 무료인 나라: 이번 법안 통과로 스코틀랜드의 여성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어디서든지 생리 용품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게 됐다.
  • 법안은 학교뿐 아니라 지역 센터, 약국 등의 공공장소에 생리 용품을 비치한다는 내용이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생리 용품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법안을 발의한 모니카 레넌 의원은 “누구나 화장실에 화장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생리 용품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스코틀랜드는 앞서 2018년 세계 최초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생리 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생리대를 구하는 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말하는 ‘생리 빈곤’ 문제 때문이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여성 5명 중 1명이 생리대 대신 낡은 옷, 신문 등을 사용했다.
  • 스코틀랜드는 생리 용품에 붙는 5퍼센트의 부가세도 없앨 전망이다. “생리 때 부적합한 용품을 사용하거나, 생리대 구입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일이 없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 취지다.

깔창 생리대는 이제 그만: ‘생리 빈곤’은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다. 안전하게 생리할 권리를 보장하자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 여성은 평생 평균 3000일 동안 생리를 한다. 햇수로 환산하면 8년이 넘는 시간이다. 이를 위해 1인당 1만 2000여 개의 생리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저소득층 여성들은 비싼 가격 탓에 생리대를 구매하지 못하고 신문지, 신발 깔창, 휴지 등으로 생리 기간을 버틴다.
  • 코로나19 이후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 망이 차단돼 생리대 가격이 오른 데다 용품을 지원하는 학교 등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국제구호개발 비영리 단체 플랜 인터내셔널이 지난 5월 30개 나라의 보건 위생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코로나 유행 기간 여성 용품의 공급에 차질이 있다고 답했다.
  • 세계 각국은 생리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뉴질랜드는 지난 6월 모든 여고생에게 생리대를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케냐, 아일랜드, 캐나다, 인도, 호주, 남아공 등은 생리대 부가세를 폐지했다. 독일은 생리대에 붙는 부가세율을 대폭 인하했다.

인구 절반의 건강권: 생리는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건강과도 직결된다. 유엔도 2013년 ‘월경 위생 문제는 공공 보건 사안이자 인권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생리대의 가격은 개당 평균 331원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비싼 수준이다. 안전하게 생리할 수 있는 ‘월경권’을 보편적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0월 26일 경제, 사회
코르셋을 벗은 바비
바비 인형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제조사 마텔은 3분기 바비 인형의 매출이 29퍼센트 늘었다고 밝혔다. 판매량 증가율로는 최근 20년 동안 분기 기준 최고치를 달성했다. 여기에 힘입어 마텔의 3분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퍼센트 증가했다.

핵심 요약: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아이들이 TV나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부모들이 디지털 기기의 대안으로 바비 인형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바비의 달라진 모습도 한몫했다. 바비는 ‘젊고 날씬한 금발의 여성’만을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양성과 개성을 앞세우며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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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8일 사회
낙태죄가 돌아왔다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개정 법안을 7일 입법 예고했다. 모든 임신 중단을 일률적으로 처벌해선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조치다. 성범죄나 경제적 사정이 있을 때는 임신 24주까지 임신 중단을 허용한다.

핵심 요약: 쟁점은 임신 14주라는 기준이다. 이후의 임신 중단은 처벌받게 된다. 여성계는 자기 결정권 침해라고 반발한다. 임신 기간에 관계없이 모든 임신 중단을 범죄로 봐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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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5일 사회
10년 만의 여성 황금사자
중국계 미국인 여성 감독 클로이 자오의 영화 〈노마드랜드(Nomadland)〉가 12일 폐막한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칸,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성 감독의 작품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은 2010년 소피아 코폴라에 이어 10년 만이다. 유색 인종 여성의 수상은 2001년 인도계 미국인 감독 미라 나이어 이후 처음이다.

핵심 요약: 올해 베니스 영화제는 여성 감독의 작품 8편이 경쟁 부문에 출품되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출품작 18편의 절반에 가깝다. 최근 베를린 영화제가 ‘남우·여우 주연상’, ‘남우·여우 조연상’을 없애고 최우수 주연, 조연상으로 통합하는 등 영화계의 고질적인 성차별 문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자오의 수상이 또 다른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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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4일 경제, 사회
월가의 콘크리트가 깨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메이저 은행에서 견고한 유리 천장이 깨졌다. 미국 3위 은행인 씨티그룹은 10일 새 최고경영자(CEO)로 제인 프레이저 씨티은행장 겸 글로벌 소비자 금융 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프레이저는 현 CEO인 마이클 코뱃이 은퇴하는 내년 2월 취임한다.

핵심 요약: 프레이저는 미국 10대 은행의 첫 여성 CEO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됐다. 그는 2년 전 월가의 유리 천장에 대해 “어떤 여성이든 월가 최초의 CEO가 되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프레이저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황 속에 씨티그룹의 수익성과 주가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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